“3년 약정이 끝났으니 이제 정수기를 바꿔도 돈이 안 들겠지.” 교체를 알아보다가 철거비 안내를 받으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계약서의 ‘의무사용기간 3년’과 ‘렌탈기간 5년’은 서로 다른 날짜일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 제품 견적보다 기존 계약의 종료일, 반환 비용, 소유권이 넘어오는 조건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3년이 지났는데 왜 내 정수기가 아닐까?

의무사용기간은 계약에서 정한 최소 사용기간이고, 렌탈기간은 제품을 빌려 쓰기로 한 전체 기간입니다. 소유권 이전 시점은 제품이 내 소유로 바뀌는 조건을 채우는 때입니다. 세 가지가 같은 계약도 있지만, 의무사용기간이 먼저 끝나고 렌탈과 납부가 계속되는 계약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무사용 36개월, 전체 렌탈 60개월, 소유권 이전 60개월이라는 계약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36개월이 지났다고 제품 소유권이 바로 넘어오거나 월요금이 자동으로 멈추지는 않습니다. 37개월 차에 그만둔다면 제품 반환과 정산이 필요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기간 구성은 설명을 위한 예시이며 모든 업체·상품에 적용되는 조건이 아닙니다.

계약서 항목 확인할 내용
의무사용기간 최소 사용기간이 끝나는 날짜, 일시정지 등에 따른 변동
전체 렌탈기간 정상 납부가 끝나는 날짜와 남은 청구 횟수
소유권 이전 이전 날짜, 미납 정산과 신청 등 필요한 절차
관리 서비스 이전 후 필터·방문관리·수리 비용과 별도 계약 여부

계약서가 없다면 고객센터에 계약 당시의 신청서와 약관을 요청하세요. 지금 판매 중인 같은 브랜드의 상품 안내는 참고가 될 뿐, 몇 년 전에 가입한 내 계약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설치일과 결제일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번 달에 3년’이라는 기억보다 계약상 종료 날짜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위약금이 없다는 말과 마지막 청구액이 0원이라는 말

의무사용기간을 채운 뒤에도 반환 과정의 회수·철거비나 계약에 따라 정산하는 다른 비용이 남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약금은 없습니다”라는 안내를 받았다면 “그렇다면 해지할 때 최종적으로 청구될 금액은 얼마인가요?”까지 물어야 합니다. 항목 이름과 적용 근거를 분리해 받아 두세요.

한국소비자원은 2026년 1월 정수기 렌탈 계약서에 의무사용기간 이후의 해지비용을 더 명확히 안내하도록 개선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모든 해지비용을 없앴다는 발표가 아닙니다. 계약을 맺을 때 해당 비용을 알아볼 수 있도록 고지를 강화한 조치입니다. 과거 계약도 일괄 무료 해지가 된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정산 내역에서는 사용분 렌탈료와 미납금, 회수·철거 비용, 면제·할인받은 금액의 반환 여부를 각각 확인하세요. 어떤 항목이든 청구됐다는 이유만으로 맞다고 받아들이거나,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없다고 단정하기보다 계약 조항과 계산 기간을 대조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정수기 렌탈 계약서의 날짜와 비용을 계산기로 확인하는 모습

해지할지 더 쓸지, 이미 낸 돈은 빼고 비교하세요

3년 동안 낸 요금이 아깝다고 무조건 더 쓸 필요도, 새 제품 사은품이 크다고 바로 교체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 이후 같은 기간에 지출할 금액을 비교하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기존 계약의 남은 월요금과 관리 조건, 새 계약의 할인 종료 후 요금, 기존 제품을 정리하는 비용을 함께 적어 보세요.

가령 앞으로 24개월을 비교하고, 기존 정수기 요금이 월 2만8천원이라고 가정하면 유지 비용은 67만2천원입니다. 지금 해지·반환하는 데 5만원이 들고 새 정수기가 월 3만3천원이라면 같은 24개월 지출은 84만2천원입니다. 차이는 17만원입니다. 모두 계산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가상 금액이며 실제 업체 요금이 아닙니다.

여기서 비교를 끝내면 안 됩니다. 새 계약이 5년짜리라면 24개월 뒤에도 의무사용기간이 남을 수 있습니다. 반면 기존 제품은 그때 소유권 이전 조건을 채울 수도 있습니다. 표 아래에 ‘비교기간이 끝난 뒤 남는 계약’도 적어야 월요금만 낮아 보이는 선택을 걸러낼 수 있습니다.

제휴카드 할인은 기본요금과 따로 계산하세요. 전월 실적을 매번 채울 수 있는지, 제외되는 결제가 무엇인지, 할인기간이 끝나면 얼마인지에 따라 부담이 달라집니다. 새 계약의 첫 몇 달 특별요금만 기존 정상요금과 나란히 놓으면 비교가 어긋납니다. 가입 전 총비용 계산은 가전 렌탈 월요금과 총비용 비교법에서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에는 관리비를 다시 확인

소유권 이전이 끝나도 필터 교체와 청소, 수리는 필요합니다. 다만 렌탈 중 받던 서비스가 같은 조건으로 계속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소유권 이전 후 방문관리나 필터 배송이 유지되는지, 별도 멤버십을 신청해야 하는지, 수리비 부담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세요.

새 관리 서비스를 제안받으면 월요금 외에 약정기간과 해지 조건도 읽어 보세요. 기기는 내 소유가 됐지만 관리 계약에는 새 기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직접 관리할 생각이라면 내 모델의 필터 구입 경로와 교체 방법을 제조사 설명서에서 확인하고, 호환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소모품 가격만으로 비용을 비교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중간에 제품을 교체한 적이 있다면 그날 계약도 바뀌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수리나 대체품 제공인지, 신규 렌탈인지에 따라 남은 기간이 다를 수 있습니다. 새 신청서에 동의했는지, 모델명·계약번호·의무사용 종료일이 이전과 같은지를 대조하세요. 소유권 이전 확인은 상담 내용과 함께 문자나 계약내역으로 남겨 두면 나중에 관리 계약을 선택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반환할 때는 접수일·회수일·청구 종료일을 따로 적기

해지 신청을 한 날짜, 기사를 만나 제품을 회수한 날짜, 요금이 끝나는 기준일이 다를 수 있습니다. 회수 예약을 잡으면서 어느 날까지 요금이 계산되는지, 이미 결제한 금액은 어떻게 정산되는지 물어보세요. 마지막 출금일과 최종 청구액을 확인해야 해지가 마무리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회수 전에는 제품과 구성품을 보관하고 지정된 절차로 반환하세요. 설치 배관·타공 부위의 처리 범위와 비용도 미리 확인할 항목입니다. 임의로 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전에 소유권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사 때문이라면 이전설치와 해지·신규설치 각각의 비용, 사용할 수 없는 기간도 비교해 보세요.

상담할 때는 이렇게 질문하면 됩니다. “제 계약의 의무사용 종료일과 전체 종료일을 알려주세요. 오늘 기준 해지 시 항목별 금액과 회수 예정일, 요금 계산이 끝나는 날짜도 문자로 부탁드립니다. 계속 사용할 경우 소유권 이전일과 이후 관리비는 어떻게 되나요?” 계약번호를 준비하면 서로 다른 상품 조건을 안내받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철거를 마쳤다면 회수 내역과 정산 안내를 보관하고 다음 청구서도 확인하세요. 안내와 다른 금액이 빠져나갔거나 비용 근거를 받지 못했다면 계약서·상담 문자·청구내역을 모아 사업자에게 설명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소비자원이 안내하는 소비자상담 절차를 참고하세요.

계약서를 펼칠 때 함께 볼 자료

한국소비자원: 정수기 렌탈 계약서 개선 안내(2026년 1월)에는 의무사용기간과 렌탈기간의 차이, 해지비용 안내 개선, 계약 후 교체 시 확인할 사항이 정리돼 있습니다. 개별 상품의 종료·이전 조건은 계약 당시 문서와 사업자의 계약 조회 내역으로 확인하세요.

교체 전에는 무엇보다 내 계약의 세 날짜를 적어 보세요. 의무사용이 끝나는 날, 렌탈료 납부가 끝나는 날, 소유권이 넘어오는 날입니다. 그 옆에 지금 반환할 비용과 계속 쓸 비용을 써 놓으면 새 제품의 월요금이나 사은품보다 판단할 기준이 선명해집니다.